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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Posted February. 09, 2018 09:01,   

Updated February. 09, 20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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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2·미국)의 인생은 남들이 볼 땐 불공평해 보일 만큼 성공의 연속이었다. 13세 때부터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보드 업체의 장비 후원을 받았고 프로에 입문한 뒤에도 늘 정상에 머물렀다.

 처음 나간 2006 토리노 겨울올림픽부터 적수가 없었다. 마지막 시기(결선 2차전)를 시작하기도 전 이미 그보다 높은 점수는 없었다. 화이트는 ‘빅토리 런’(마지막으로 나서는 주자의 점수가 이미 앞서 연기한 모든 선수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높이와 회전기술을 선보이며 첫 올림픽 금메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의 나이 불과 스무 살 때다. 4년 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그는 ‘더블 맥 트위스트 1260’이라는 신기술까지 들고 나왔다. 50점 만점에 48.4점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또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그는 또다시 손쉽게 올림픽 3연패를 거두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포디엄에 설 자리도 없는 4위.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풍경이었다. 8일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인 평창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화이트는 소치의 눈물이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어렸을 때 나름 짠한 인생을 보내다가 갓 스무 살에 금메달을 땄고 어마어마한 대형 계약을 맺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늘 우승했고 최고였다. 어린 시절의 불같은 열정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웠다. 점점 나이를 먹었고, 집에는 보고 싶은 개가 기다리고 있고(웃음), 운동만 하다 보면 ‘내 삶은 어딨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사람들은 내가 잘하기를 기대했다. 스폰서도 많았다. 엄청난 성공 후 엄청난 실패도 겪어봤다. 여전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크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압박감은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소치는 내게 인생에서 거품이 꺼지는 시기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그의 코치를 맡고 있는 J J 토머스는 “늘 금메달만 따던 화이트는 금메달을 걸고 돌아갈 때와 빈손으로 돌아갈 때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진지하게 준비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웬만해선 내가 잔소리를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했다”고 말했다.

 소치는 선수로서는 물론이고 한 인격체로서의 화이트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 자신의 양손을 가득 채운 올림픽 반지를 가리키며 화이트는 “사실 소치 때 받은 반지는 한동안 안 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낀다.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나가는 것도 얼마나 힘든데. 내가 소치 올림피안이었다는 사실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서른을 훌쩍 넘었다. 연령대가 어린 하프파이프에서는 황혼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체력적인 문제는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소치 때 실패는 피지컬(체력)보다 멘털(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줬다. 이젠 피지컬적으로는 더 강해졌다. 내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선발전을 마치고 옆에 있는 켈리 클라크(35·5번째 올림픽 출전)와 ‘와, 우리 아직도 해냈네’ 하고 하이파이브도 했다. 켈리의 존재 또한 큰 힘이 된다.”

 남자 선수 중 최고령으로 미국 팀을 이끄는 화이트는 “사실 최연소로 나갈 수도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웃었다.

 “2002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에서 4등을 하고 있었다. 근데 내 올림픽 출전권을 빼앗아 간 게 바로 지금 내 코치(토머스)다. 날 너무 잘 안다. 훈련 때 가끔 지친 모습을 보이면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고 오라’고 한다. 지난번 스노매스(화이트가 100점 만점을 받으며 미국 대표팀 선발을 확정지은 경기)에서는 마지막 런 출발 게이트에서 시도할 기술을 바꿨다. 딱 쳐다보고, 주먹 한 번 치면 서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안다.”

 커리어 출발점에서 만난 토머스와 커리어의 끝을 함께하는 화이트는 멋진 피날레 무대를 준비 중이다. 화이트는 ‘100점을 받았던 스노매스 경기가 평창에서도 보여줄 최고의 연기인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노!”라고 답했다.

 “최고의 런은 아직 못 보셨다. 그걸 보여드리기 위해 평창에 왔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