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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헝가리 악기 ‘침벌롬’ 대신 ‘양금’...국악기와 찰떡 궁합

서울시향, 헝가리 악기 ‘침벌롬’ 대신 ‘양금’...국악기와 찰떡 궁합

Posted February. 09, 2018 08:06,   

Updated February. 09, 2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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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리리리링.”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습실. 티에리 피셔 수석 객원지휘자(61)의 지휘봉이 양금(洋琴) 연주자 최휘선 씨(31)를 가리켰다. 최 씨가 나무채로 현을 가볍게 두드리자 맑고 고운 소리가 귓등을 두드렸다. 피셔 씨는 “동양 악기가 서양 악기를 대체하다니 흥미롭다. 좋은 연주를 보여줘서 고맙다”며 최 씨를 격려했다.

 이날 서울시향 단원 90여 명은 9,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티에리 피셔와 르노 카퓌송, 꿈’ 가운데 프랑스 작곡가 앙리 뒤티외(1916∼2013)의 ‘꿈의 나무’ 리허설 중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호른, 봉고, 비브라폰…. 30여 종의 서양 악기와 호흡을 맞추던 최 씨는 “어안이 벙벙하다. 입양된 쌍둥이 언니 자리에 앉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서양클래식 공연에 어쩌다가 동양악기 양금이 끼게 됐을까. 사연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백지혜 서울시향 공연기획팀 과장(41)은 공연 악기편성표를 받아들고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헝가리 민속악기 ‘침벌롬(cimbalom)’. 웬만한 악기 족보를 꿰고 있지만 너무 생소했다. 일단 급히 인맥을 동원해 국내 연주자를 수소문했다.

 결과는 낭패.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 침벌롬을 갖고 있긴 했지만 연주법을 몰랐다. 침벌롬과 이름이 비슷한 쳄발로(cembalo) 연주자인 오주희 씨(60)에게 ‘SOS’를 쳤다.

 “이야기를 듣고 바로 양금을 떠올렸어요. 양금과 침벌롬은 조상이 같고 소리도 똑같거든요. 12세기 고악기인 서유럽의 덜시머(dulcimer)가 동유럽에선 침벌롬으로, 동양에서는 양금으로 변형됐죠. 덜시머의 조상은 고대 페르시아 악기인 산투르(santur)입니다.”

 악기 편성의 결정권을 쥔 지휘자 피셔 씨도 흔쾌히 악기 변경에 동의했다. 다음은 양금 연주자를 찾을 차례. 오 씨와 알고 지내던 타악기 연주자 한문경 씨가 최 씨를 적극 추천했다. 북한과 인접해 개량 국악기가 발달한 옌볜(延邊) 출신의 실력파였다.

 6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 인턴 단원으로 활동한 최 씨는 “늘 양금의 동양적인 면을 부각하려 애썼는데 이번엔 상황이 반대가 됐다”며 “연주법이 조금 다르지만 최대한 침벌롬 느낌을 살려서 연주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음악의 테두리에 있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인 덕분에 양금이 이 무대에 오르게 된 게 아닐까요. 한국에서 양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설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