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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치레 없는 부코스키의 인생... 자유로움이란 이런 것

겉치레 없는 부코스키의 인생... 자유로움이란 이런 것

Posted February. 03, 2018 08:00,   

Updated February. 03, 20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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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면 따위는 진작 걷어찬 인생이다. 술 잠 섹스 같은 본능적 욕구를 써내려 가는데 거침이 없다. 소설 ‘우체국’, ‘팩토텀’, ‘여자들’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1920∼1994)가 인터뷰와 낭독회를 위해 1978년 프랑스, 독일을 방문한 여정을 담은 이 에세이는 그렇다. 

 막노동을 하며 글을 쓴 저자는 작가로 유명해지자 유럽에 가게 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프랑스 출판사에서 마련했다는 비행기표는 요금이 지불되지 않았고, 술에 절어 사는 그는 나흘 동안 인터뷰가 열두 건이나 잡혀 있는지 몰랐다. 오전에 역류하는 맥주를 삼켜 가며 인터뷰하는 그의 답변은 이렇다.

  “내 글은 내가 아는 한 어떤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뭘 중요하게 생각하냐고요? 좋은 와인, 원활한 배설, 아침에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기.”

 유명한 프랑스 TV 방송에 출연해 병나발을 불고 말을 마구 뱉어내다 진행자가 그의 입을 막고 “닥쳐요!”라고 소리치기에 이른다. 다음 날 프랑스 신문은 그에 대한 욕으로 도배된다. 물론 그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좌충우돌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에피소드들이 툭툭 튀어나와 웃음이 터진다. 그는 어린 아이 같다. 니스 해변에서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을 훔쳐보다 여자 친구 린다 리에게 핀잔을 듣지만 쿨하게 인정한다. 소심한 데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존중하기에 대놓고 여자를 보지 못한다는 것.

 낭송회 자리를 꽉 채운 독자들의 열기에 긴장해 린다의 손을 꼭 붙잡고, 성당 구경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내키지 않지만 기꺼이 따라나서는 모습은 천진하다. 당시 촬영한 사진 87장 속의 그는 장난꾸러기처럼 보이다가도 철학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함께 실린 시에도 여행의 고단함과 자신을 향한 환호에 대한 어리둥절함, 린다에 대한 애틋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세상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충실했던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비할 데 없는 자유로움에 어느새 젖어든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원제는 ‘Shakespeare Never Did This’.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