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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시안컵 조별 예선 필리핀전서 고전한 이유보니 ....

한국, 아시안컵 조별 예선 필리핀전서 고전한 이유보니 ....

Posted January. 09, 2019 08:27,   

Updated January. 09, 20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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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컵 조별 예선에서 한국과 맞붙었던 필리핀의 최전방 선발 공격수는 등번호 17번 ‘슈테판 슈뢰크’(32)다. 독일계 필리핀인인 그는 독일에서 태어나 20세 이하(U-20) 독일 국가대표로 활약하다가 2011년부터 필리핀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한국은 필리핀과 마지막으로 붙었던 1980년 3월 8-0으로 이기는 등 7승 무패에 단 한 골도 내준 적이 없었다. 필리핀은 월드컵 무대는 밟아본 적조차 없고 아시안컵 본선도 이번에 처음 진출했다. 그런 필리핀을 상대로 한국이 고전했다. 그 배경에는 이런 ‘이중국적 선수’들이 있다.

 김승규(빗셀 고베)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슛을 터뜨리던 마이크 오트(23)도 독일계다. 황의조의 멀티 골을 저지한 골키퍼 미카엘 팔케스고르(27)는 덴마크에서, 수비수 알바로 실바(34)는 스페인에서 각각 태어났다. 필리핀 대표팀 23명 중 단 두 명을 빼고는 모두 이중국적 선수들이다. 필리핀 축구협회는 2005년 이후 이처럼 축구 선진국에서 활약하는 이중국적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전력을 강화해 왔다. 결과는 대성공. 필리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2005∼2006시즌에 191위였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이번 시즌 역대 최고 순위인 116위까지 올랐다.

 필리핀이 이중국적 선수 발굴에 적극 나서도록 만든 도화선은 ‘축구 게임’이다. 실제 선수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축구 게임을 즐기던 한 필리핀 축구팬이 게임 속 영국 명문 첼시 유스팀에서 뛰던 필리핀 이중국적 ‘영허즈번드’ 형제의 존재를 발견하고 이를 퍼뜨린 것이다. 필리핀 축구협회가 2005년 제임스(32)와 필(31) 등 두 형제에게 필리핀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하면서 ‘다국적 스카우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필리핀 대표팀은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1913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국가대표팀을 만든 필리핀에 정작 ‘순혈’ 선수가 많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축구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1년 중 3분의 2가 우기인 날씨도, 불안한 치안도 모두 원인이다. 현지에서 농구, 권투 등 실내 스포츠는 큰 인기를 끌지만 축구와 야구 등은 그렇지 못하다.

 필리핀은 11일 오후 10시 30분(한국 시간) 중국을 상대로 아시안컵 본선 첫 승리에 도전한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