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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 3년9개월만에 우승

Posted March. 05, 2018 09:45,   

Updated March. 05, 20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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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재미교포 미셸 위(위성미·29)가 16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많은 전문가가 ‘여자 타이거 우즈’의 탄생을 기대했다. 10세 때 역대 최연소로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 대회에 출전한 그는 14세 때 역시 최연소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실력은 물론이고 상품성까지 갖춘 그가 여자 골프계의 큰 별이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빼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장타를 휘둘렀지만 번번이 퍼팅에 발목이 잡혔다. 퍼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벨리 퍼터(배꼽에 닿을 정도로 샤프트가 긴 퍼터)를 사용하기도 했고, ‘ㄱ자’ 퍼팅 자세를 시도하기도 했다. 프로 입문 후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차례 우승했지만 특급 선수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2014년 2승을 거두며 세계 랭킹 6위로 그해를 마감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그랬던 미셸 위가 4일 싱가포르 센토사CC 탄종 코스(파72·6718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신들린 듯한 퍼팅을 선보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미셸 위는 선두 넬리 코르다(미국)에 5타나 뒤져 있었다. 하지만 전반 9개 홀에서 3타를 줄이며 선두 다툼에 합류했다. 2번홀(파4)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고, 4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홀 1m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8번홀(파5)에서도 4m 거리의 버디 퍼팅을 넣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8번홀(파4)에서 나온 극적인 버디 퍼팅이었다. 미셸 위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다. 홀까지는 10m 이상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페어웨이에서 친 퍼팅이 오르막에 이어 내리막을 타고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지 미셸 위는 여러 차례 주먹을 흔들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2014년 US여자오픈 이후 3년 8개월 만에 우승컵을 가져다 준 버디 퍼팅이었다. 이날 7언더파 65타를 친 미셸 위는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개인 통산 5승째를 수확했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약 2억4000만 원).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같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섰다가 5번홀에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를 하며 무너졌던 미셸 위는 1년 만에 악몽을 떨쳐냈다. 미셸 위는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은 뒤 “아직도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실감이 안 된다.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7번홀까지 1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신지은은 18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코르다, 대니엘 강(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 등과 함께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올해 LPGA투어에 데뷔한 고진영은 15언더파 273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