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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역사, 그리고 정치

Posted June. 10, 2017 08:34,   

Updated June. 10, 20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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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림 시인은 ‘시인을 찾아서’란 책에서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해진 도종환 시인에 대해 “대중적 인기에 가려 문학적 평가를 덜 받은 시인”이라고 썼다. 도종환에게는 안도현의 ‘연탄재’처럼 소박하면서도 감동적인 ‘담쟁이’란 시가 있다.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도종환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사이비 역사관으로 비난받고 있다. 2015년 50억 원을 들인 동북아역사지도사업과 10년 정도 진행된 하버드대 고대한국 프로젝트가 식민사학이라는 누명을 쓰고 무산된 일이 있다. 도 의원은 그 일을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별대책위 위원 시절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하고 다녔다. 동북아역사지도에서 낙랑군을 평양에 표기한 것은 잘못이고, 그런 식으로 고대사를 해외에 소개하는 프로젝트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에는 시의 정신이 있고 산문에는 산문의 정신이 있다. 자유로운 시의 정신으로 위대한 상고사를 꿈꾸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나. 그러나 그런 정신으로 엄격한 산문의 영역에 개입하면 사고가 난다. 낙랑군 평양설은 역사학계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광복 이후 남북한 학자들의 활발한 연구로 지금까지 평양에서 2600여 개의 낙랑군 무덤이 발견됐다. 오로지 사이비 사학만이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뜬금없이 가야사 연구를 들고 나와 거기에 영호남 화합이라는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그러자 도 의원은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에서 임나를 가야라고 주장했는데 임나를 가야라고 쓴 국내 역사학자들의 논문이 많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임나일본부를 인정하지 않아도 임나는 당시 가야의 별칭이었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는다. 임나가 가야니까 임나일본부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 도 의원이 장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어쭙잖은 인식이 역사를 몽롱한 시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