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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위로  

Posted January. 09, 2019 08:29,   

Updated January. 09, 201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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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나오는 노래가 우리를 위로하던 시절이 있었다. 1924년에 발표된 최초의 한국 동요 ‘반달’만 해도 그랬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있는 달은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망망대해를 가는 쪽배였다. “시집간 맏누이 부고를 접하고 처연한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작곡가 윤극영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다.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 잃은 설움에 빗대어 불렀고, 광복 후에는 역사의 고비마다 이 노래로 위안을 삼았다.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달도 우리를 위로하긴 마찬가지였다. 1973년에 발표한 앨범 ‘달 뒷면(Dark Side of the Moon)’에 수록된 ‘브레인 대미지’가 특히 그랬다. “나쁜 징조들로 머리가 터지겠으면/나는 달 뒷면에서 당신을 보겠지요.” “구름이 당신 귀에서 터지고 우르릉거리면/당신이 소리쳐도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으면/나는 달 뒷면에서 당신을 보게 되겠지요.”

 핑크 플로이드가 말하는 ‘달의 뒷면’은 인간의 어두운 감정이나 충동을 나타내기 위한 은유였다. 이 노래는 ‘나’도 그러하니까 어두운 감정과 충동에 시달리는 ‘당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위로의 노래였다.

 그렇게 달은 우리에게 신화이자 은유였다. 계수나무와 토끼가 사는 쪽배였고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이었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과학문명은 그 신화와 은유를 기어코 깨고 만다. 50년 전에는 미국이 발사한 아폴로 11호가 윤극영이 전하는 계수나무와 토끼의 신화를 깼고, 지금은 중국이 발사한 창어(嫦娥) 4호가 달의 뒷면에 착륙함으로써 핑크 플로이드가 전하는 어두운 인간 본성에 대한 은유를 깼다. 토끼의 신화는 달의 뒷면을 탐사하는 로봇 이름(玉兎·옥토끼)으로만 남았다. 은유와 신화는 과학에 의해 늘 그렇게 깨진다. 그것을 발전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로 인해 은유와 신화를 잃고 더 가난해졌다. 그 가난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