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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안 맞는 비합리적 예법, ‘新禮記’로 바꿔가자

시대 안 맞는 비합리적 예법, ‘新禮記’로 바꿔가자

Posted March. 31, 2018 09:16,   

Updated March. 31, 20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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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 시리즈로 시작한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 예기(新 禮記)‘의 첫회에는 시집와서 26년째 1년에 12번의 시댁 제사를 차려온 맏며느리의 사연이 소개됐다. 무릎수술을 한 다음달에도 제사상을 차리라는 말에 서러움이 복받쳐 이혼까지 생각했다는 주부의 사연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사회 수많은 가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전통 예법’이란 이름으로 여전히 위세를 부리는 관습들 중에는 현대와 맞지 않으며,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들도 적지 않다. 제사뿐만 아니라 혼례, 장례, 직장 내 상하관계, 타인에 대한 호칭, 복장, 공공장소 이용, 각종 면접절차 등등 생활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예법과 관습이 변화된 시대와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다.

 사실 다들 전통 예법으로 알고 어쩔 수 없이 지키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의례 중에는 근원을 찾기 어렵거나, 계승과정에서 본질은 축소되고 형식만 비대해진 것들도 허다하다. 제사의 경우 원래 우리나라 제사는 기일 제사만 지내지 명절 제사는 지내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말에 신분제가 깨지면서 양반 경쟁을 하다 명절 제사가 커져버렸다고 한다. 결혼과 장례에도 거품이 남아있다. 면식만 있으면 청첩장을 뿌리고, 고인이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상주 얼굴을 보려고 장례식장에 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비대해진 의례의 외피를 벗겨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경북의 종가 169곳 가운데 10곳은 3대까지만, 31곳에서는 2대까지만 지내고 그 위로는 제사를 없앴다. 차례상 차림도 간소화하는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가족 조사결과 전통적인 예법 보다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는 응답이 2016년 12.4%에서 지난해에는 19.3%로 늘었다. 

 물론 예법의 간소화만이 해답은 아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예법은 더 소중히 계승하되,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은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 1960, 70년대의 ‘가정의례준칙’ 같은 강제적 방식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시민사회와 정부, 학계가 함께 비합리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업그레이드해가는 노력에 나서야한다. 조상을 섬기는 제의(祭儀)건, 자손을 위한 혼사건, 타인과의 원활한 인간관계를 위한 관례든 그 참뜻이 어디에 잇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면 해답은 찾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