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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빼려다 말고 ‘촛불’ 넣은 집권당 개헌안

‘자유’ 빼려다 말고 ‘촛불’ 넣은 집권당 개헌안

Posted February. 03, 2018 08:01,   

Updated February. 03, 20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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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은 어제까지 이틀간 의원총회를 열어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새로운 권력구조로 하는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외부에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발표했지만 의총에서는 4년 중임제가 다수였다. 헌법 전문(前文)에는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시민혁명을 모두 넣기로 했다. 경제민주화 조항을 권유조항에서 강제조항으로 만드는 등 국가의 경제 개입을 강화하는 조항도 다수 들어있다.

 민주당이 헌법 전문에 넣은 역사적 사건 중 국회 개헌 자문위가 이견 없이 제시한 것은 6월 항쟁 뿐이다. 자문위는 비전문가가 많고 여당 편향적으로 구성됐다고 하는데도 그렇다. 촛불시위는 불과 1년여 전의 일로 역사적 평가가 내려지기에는 너무 근접한 사건이어서 자문위에서도 집어넣자는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다. 부마항쟁을 시기적으로 밀접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넣어 납득하기 어려운 지역균형을 시도한 데 대해서도 자문위에서 거센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은 헌법 본문 중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제119조 2항 ‘국가는…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의 ’할 수 있다‘를 ’한다‘고 바꿨다. 토지공개념도 강화해 토지 투기 방지, 공공주택 공급, 공정한 임대차 계약 실현 등 상세한 의무를 명기했다. 최상위규범인 헌법은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경제 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지를 줘야 한다. 이것을 의무로 규정하면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칠 수 있다.

 민주당은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을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으로 고친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해석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다 포함한다. 다만 헌법이 허용하는 사회민주주의를 전체주의적인 공산주의, 사회주의, 인민민주주의 등과 구별하기 위해 자유라는 단어가 꼭 필요하다.

 개헌은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의 가장 큰 폐단으로 지목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정이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민주당이 원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그 자체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없지만 대통령 권한 분산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의 권한을 지금보다 오히려 강화해 개헌 취지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개헌안을 내놓은 것은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국민투표 실시에는 반대하지만 개헌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주당 개헌안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독자적인 개헌안을 내놓아야 한다. 개헌시점에 대한 논의는 그 다음이다. 야당은 개헌 시점을 문제 삼고, 여당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한다면 여야 모두 말로는 개헌을 외치지만 실은 개헌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