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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내가 나서서 막자”…‘미퍼스트’도 꿈틀

“성폭력 내가 나서서 막자”…‘미퍼스트’도 꿈틀

Posted February. 02, 2018 08:45,   

Updated February. 02, 20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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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목격했을 때 적극적으로 막아서자는 ‘미퍼스트(#MeFirst·내가 먼저 나서겠다)’ 추진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를 제안한 건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6기)다. 문 판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000자 분량의 글을 올리고 “‘Me First’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경험을 고백하는 데 그치지 말고 성폭력 조짐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비판하자는 의미다. 가해자들이 ‘실질적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껴야 억지로라도 조심할 것이라는 게 문 판사의 주장이다.

 문 판사는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창원지검 통영지청)가 겪은 일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이런 짓이야말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불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글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3800여 개의 ‘좋아요’를 얻었고 650번 이상 공유됐다. 다른 사용자들은 자신의 SNS에 ‘성폭력 등 피해자들이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는 내용의 자필 글을 올리며 호응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지만 나부터”라며 SNS에 ‘#MeFirst’ 해시태그를 올렸다.

 그러나 여성들의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여성이 겨우 직접 목소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남성들이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한다”(트위터 아이디 wick****)거나 “가해자인 남성들이 자기 정체를 숨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판이 일자 문 판사는 지난달 31일 해명 글을 올렸다. 문 판사는 “가해자나 방관자이기 쉬운 중년 기득권 남성으로서 반성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나와 같은 입장인 분들에게 권유하는 것일 뿐”이라고 썼다.


권기범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