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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아내 두고 참전’ 호국영웅, 68년만에 아들품으로

‘임신아내 두고 참전’ 호국영웅, 68년만에 아들품으로

Posted January. 31, 2018 09:34,   

Updated January. 31, 20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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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전쟁에 공병부대원으로 참전했다 산화한 국군 전사자의 유해가 68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는 30일 고 김재권 일병의 신원확인통지서와 국방부 장관 위로패를 유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영웅 귀환 행사를 가졌다.

 1924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김 일병은 6·25전쟁 발발 직후(당시 27세) 자원입대했다. 결혼한 지 2년 된 그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친인척이 제주도의 목재소 부지를 군에 무상 제공해 입대 의무가 없었지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김 일병은 제주에서 훈련을 받고 건설공병단에 배치됐다. 이후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성공을 계기로 국군과 유엔군의 대규모 북진을 지원하는 공병작전에 참가했다. 김 일병은 같은 해 10월 15일 경기도 가평 일대에서 임무 수행 중 북한군의 공격을 받고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국군은 김 일병의 유해를 수습하지 못했고 전사통지서만 가족에게 전달됐다.

 그로부터 58년이 지난 2008년 5월 가평군 북면 적목리 야산에서 김 일병의 유해가 발굴됐다. 하지만 유품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유족의 유전자(DNA) 정보도 없어 신원 확인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부모님의 합동 위패 봉안을 위해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아들 김성택 씨(67·강원 강릉시)가 유전자 시료를 군에 제출하면서 계기가 마련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12월 말 김 일병과 김 씨의 유전자 정보가 부자 관계라는 최종 결론을 내리고 이를 유족에게 알렸다.

 김 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다. 이제라도 아버님의 유해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유족과 협의를 거쳐 김 일병의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계획이다. 이번 사례를 포함해 2000년 유해 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6·25 전사자는 127명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