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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이어 日서 주목받는 한국 문학

Posted March. 07, 2018 08:10,   

Updated March. 07, 2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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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0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橫濱)의 대형 서점.

 매장 한편에 ‘새로운 한국 문학’이라는 간판과 함께 30여 종의 책이 전시돼 있었다. 박경리의 ‘토지’부터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소설이 포함돼 있었다. 이 서점의 사쿠라이 노부오(櫻井信夫) 점장은 “지난해 7월 특설 코너를 만들면서 한두 달만 두려고 했는데 책이 계속 팔려 나가 지금까지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에 이어 한국 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젊은 작가의 작품을 시리즈로 내는 출판사가 등장했고, 언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일본에선 한국 문학이 식민지,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 무거운 주제를 주로 다루는 것으로 인식돼 독자층이 넓지 않았다. ‘한국 문학의 선물’ 시리즈를 펴내는 쇼분샤의 사이토 노리타카(齊藤典貴) 편집대표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스타일이 자유로우면서도 세월호 참사 같은 시대적 공기를 작품 안에 담아내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최신 한국 문학을 일본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한 곳은 한국 책 전문 출판사 쿠온이다. 2011년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 17권을 냈다. 김승복 쿠온 대표는 “한국 문학은 좋은 작품이 많아도 그동안 번역이 잘 안 됐다. 최근 시인 사이토 마리코 씨가 번역한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가 제1회 일본 번역대상을 받는 등 실력 있는 번역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제4회 번역대상 후보 18편 중 한국 소설이 3편이나 된다. 쿠온에서 진행 중인 번역 콩쿠르에는 응모자가 212명이나 몰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강원도 출신 작가의 책을 읽는 독자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모임에 참석한 이시카와 게이카(石川圭花) 씨는 “한국 문학은 저항문학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읽어 보니 달랐다. 최근 한강과 박민규에 빠져 있다”고 했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과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광주를 둘러보는 등 문학투어 행사도 열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도쿄신문 등 일간지에도 연이어 한국 문학 특집 기사가 게재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번역으로 유명한 출판사들이 최근 한국 소설을 연달아 출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출판사의 한국 소설 번역은 2016년 15권에서 2017년 23권으로 늘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