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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 엄수…트럼프 등 2000명 참석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 엄수…트럼프 등 2000명 참석

Posted March. 05, 2018 09:46,   

Updated March. 05, 20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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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 자신의 죽음에 대해 ‘천국으로 이주하는 것’이라고 했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지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묘비에는 꼭 들어가야 하는 문구가 있었다. ‘Preacher of the Gospel of the Lord Jesus Christ(주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전도자).’ 평소 그의 바람이 담긴 문구였다. 소나무로 짠 관 위에는 고인이 전도활동을 했던 루이지애나 주립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만든 작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이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빌리 그레이엄 도서관 밖에 설치된 2만8000제곱피트(약 2601m²) 크기의 흰색 천막에서 진행됐다. 1949년 그레이엄 목사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천막을 치고 열었던 부흥집회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생전 죽음의 의미를 두고 “하늘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라고 말해 왔던 그레이엄 목사는 이날 도서관 옆 추도정원의 부인 루스 그레이엄 옆에 영면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및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벤 카슨 주택개발장관을 비롯한 정계 인사 등 2000여 명의 조문객이 찾았다.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지난주 초 그레이엄 목사의 유가족을 따로 찾아 조의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살아있을 때처럼 그레이엄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려는 수천 명의 대규모 군중을 모이게 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복음주의 계열의 유명 목사인 릭 워런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기독교인이었다. 가장 위대한 것은 목회생활 동안 어떠한 스캔들도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은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한 추도행사로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추도사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 후 고인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칭하며 “평화롭게 잠드소서”라는 트윗을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인 2014년 95세 생일 축하연 때 그레이엄 목사를 만난 인연이 있다.

 지난달 28일 그레이엄 목사의 유해는 미 국회의사당에 7시간 동안 안치돼 조문객을 받았다. 종교 지도자의 유해를 미 의사당에서 안치한 채 추모식을 거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CNN방송은 고인의 복음주의 전도활동이 ‘십자군운동’으로 명명됐던 것에 빗대어 이날 장례식을 “20세기 최고의 복음전도사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의 마지막 십자군운동”이라고 칭했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와 딸 루스 씨의 회고는 평범하고 따뜻한 아버지 그레이엄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프랭클린 목사는 추도사에서 “세상은 빌리 그레이엄이라는 목사를 TV 혹은 스타디움에서 봤고, 우리는 집에서 그를 봤지만 언제 어디서나 한결 같았던 사람”이라며 “며칠 전 아버지는 예수를 따라 하늘로 가셨다”고 말했다. 루스 씨는 두 번째 남편과의 결혼생활 파탄 뒤를 회고하며 “아버지는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며 나를 감싸 안았다. 거기에는 어떠한 책망도 없고 조건 없는 사랑만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장례식에서는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가 외국인 목회자를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김 목사는 “목사님 설교를 통해 구원을 받은 수많은 그리스도인과 마음을 모아 이 말을 전해 드린다”라며 “목사님, 정말 감사한다”고 했다. 그는 ‘의인의 열매는 생명나무라 지혜로운 자는 사람을 얻느니라’(잠언 11장 30절)는 구절을 인용하며 “빌리 그레이엄은 일생 동안 그렇게 살았다”고 추모했다. 100만 명 이상이 모였던 서울 여의도 행사와 관련해 과거 김종필 전 총리가 “전무후무한 청중이나 그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빌리 그레이엄의 설교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고, 마음에 각인됐다는 게 진정한 의미”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청력과 시력이 극도로 나빠졌던 마지막 만남도 회고됐다. 가족이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목사가 왔다고 전하니 그레이엄은 ‘장난치지 말라’고 했다. 나중 나를 확인하더니 ‘김 목사, 한국에서 집회 한 번 더 하자’고 했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한기재 기자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