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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LED 비둘기’ 실시간 제어... 5G 코리아, 세계에 알려

‘평창 LED 비둘기’ 실시간 제어... 5G 코리아, 세계에 알려

Posted March. 06, 2018 07:41,   

Updated March. 06, 201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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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9일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발광다이오드(LED) 촛불만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탄생하는 향연이 펼쳐졌다. LED 촛불 360개가 날개를 만들자, 또 다른 LED 촛불 1000여 개가 날개 안으로 들어오면서 한 마리의 비둘기가 완성됐다. 바람에 흩날리듯 자연스러운 불빛을 뿜어낸 ‘평화의 비둘기’는 전 세계 25억 명의 시청자에게 ‘대한민국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회식 3대 핵심 요소인 성화 봉송, 오륜기, 평화의 비둘기에 국산 ICT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중 1400여 명이 LED 촛불을 들고 만들어낸 평화의 비둘기는 ‘5세대(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실시간 제어’라는 기술이 적용돼 관심을 끌었다.

 이는 KT가 5G 기술을 활용해 선보인 평화의 비둘기 제작 프로젝트였다. 최근 이 프로젝트 실무를 맡은 김우석 KT 마케팅기획팀 차장(46·사진)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KT는 2016년 1월부터 일찌감치 조직위에 다양한 제안을 했다. 드론(무인비행기)을 통한 초고화질(UHD) 실시간 중계,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선수 입장 체험, 홀로그램을 통한 라이브 공연, LED 패랭이를 활용한 전통 공연 등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제안 대부분은 안정적으로 구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련의 제안들이 잇달아 공수표가 될 즈음에 LED 촛불로 평화의 비둘기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평화의 비둘기 역시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추진됐던 건 아니었다. 조직위가 당초 LED 촛불을 수동으로 조작해서 평화의 비둘기를 만들려 했지만 1400여 명이 제때 점화, 점등을 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5G 네트워크를 통한 LED 촛불 실시간 제어 시스템이 필요했다. KT는 2017년 9월부터 4개월 만에 개회식 현장에 5G 통신망과 중계망을 구축하고 무선으로 작동하는 LED 촛불을 제작했다. 제어시스템도 함께 구축했다. 또 조직위는 LED 촛불을 진짜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어 했다. KT는 LED 촛불의 밝기를 무려 254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밝기의 조절 단계가 너무 세밀해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어서 최종 30단계로 줄였다.

 LED 촛불을 제어하는 시나리오도 6가지로 만들었다. 360명이 두 마리의 비둘기를 만들었을 때 순차적으로 불빛이 들어오게 하는 장면, 불빛이 모두 켜졌을 때 파도타기 효과를 주는 장면, 두 마리 비둘기를 한 마리의 평화의 비둘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불빛을 낮추는 장면, 360명이 평화의 비둘기 날개를 만들고 동시에 1000여 명이 그 날개 안으로 밀려들어올 때 불빛을 밝히는 장면, 1400여 명이 만든 평화의 비둘기에 파도타기 효과를 주는 장면, 모두가 퇴장할 때 한꺼번에 불빛이 꺼지는 장면 등이었다.

 물론 1400여 명이 모였을 때 보여주려 했던 파도타기 효과는 사람들이 정해진 위치에 서지 않는 바람에 제대로 연출되지 못했다. 다만 LED 촛불 파도타기가 주는 인위적인 느낌 대신 진짜 촛불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연출돼 도리어 더 보기에 자연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차장은 “불과 5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5G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신무경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