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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국제마라톤 깜짝 우승자 키프루토

2017 서울국제마라톤 깜짝 우승자 키프루토

Posted 2017-03-20 08:30,   

Updated 2017-03-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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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171cm, 몸무게 55kg. 너무 말랐다 싶을 정도로 날렵한 체격의 흑인은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땅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완주의 고통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얼굴을 찡그렸던 그는 잠시 뒤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더 없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19일 열린 2017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8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5분54초로 우승한 에이머스 키프루토(25·케냐)였다. 그는 “마크 코리르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등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이 출전해 우승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내 최고기록을 깨면서 4위 정도 하는 게 목표였다.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중장거리 선수로 활동하는 그가 국제대회에서 풀코스를 뛴 것은 이번이 겨우 세 번째다. 이전 최고기록은 지난해 4월 처음 뛴 로마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세운 2시간8분12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기록을 2분 이상 앞당긴 것이다. 키프루토는 이번 대회에서 등번호 ‘13’을 달고 뛰었다. 국제 부문 초청 선수 가운데 기록이 13번째라는 뜻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에루페는 2시간5분13초, 코리르는 2시간5분49초로 모두 2시간5분대 기록을 갖고 있다. 그만큼 키프루토의 우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드라마였다.

 키프루토가 육상을 시작한 것은 새뮤얼 완지루(1986년생·2011년 사망)의 활약을 보면서였다. 2005년 케냐 마라톤에 혜성처럼 등장한 완지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시간6분32초로 우승했다. 올림픽 마라톤 사상 최연소 챔피언이자 최초의 케냐 금메달리스트였다. 완지루의 기록은 지금도 올림픽 기록으로 남아 있다. 키프루토는 “케냐의 국민 영웅 완지루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케냐에는 좋은 선수가 아주 많다. 그들과 경쟁하면서 실력을 더 키워 2시간3분대까지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기록은 케냐의 데니스 키프루토 키메토(32)가 2014년 베를린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2분57초다.

 우승 상금 8만 달러와 타임 보너스 5만 달러 등 13만 달러(약 1억4700만 원)를 받은 키프루토는 “생각지도 못한 큰돈을 받게 됐다. 땅도 사고 집도 짓는 등 가족들을 위해 상금을 쓰겠다”고 말했다.

 5위에 그치며 3연패에 실패한 에루페는 “훈련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해 부상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지 막판 스퍼트에서 힘을 내지 못했다. 10월에 열리는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는 꼭 우승해 건재함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