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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때 왜적 혼 빼놓은 ‘원숭이 기병대’ 실제 있었다”

“임진왜란때 왜적 혼 빼놓은 ‘원숭이 기병대’ 실제 있었다”

Posted June. 13, 2018 08:26,   

Updated June. 13, 20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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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1년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쓴 택리지의 ‘팔도론·충청도’에는 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이 나타나 있다. 현재 충남 천안 일대인 소사(素沙) 지역의 전설을 소개하면서 임진왜란 당시 평양, 행주산성 전투와 함께 육상에서 거둔 삼대첩(三大捷)으로 꼽히는 소사 전투(1597년)를 상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원숭이 기마부대의 활약상은 마치 판타지 영화나 군담소설에 등장하는 장면처럼 극적이고 환상적이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종전한 지 150여 년이 흐른 뒤에야 택리지가 작성됐고, 이전 조선의 문헌이나 명·일본의 사료에선 원숭이 부대의 활동을 찾아볼 수 없어 설화나 야사(野史)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임진왜란에서 활약한 명나라 원숭이 특수부대의 실체를 밝혀줄 연구가 나왔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인사들이 원숭이 부대의 존재를 기록한 문헌이 발견된 것.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사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 ‘임진왜란 소사전투의 명(明) 원군(援軍) 원숭이 기병대’를 연구모임 ‘문헌과해석’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임진왜란이 종전한 지 420주년이 되는 해다.

○ 참전 용사의 기록에 나타난 원숭이 기병대

 임진왜란 기간 신녕현감(新寧縣監)으로 전투에 참가했던 손기양(1559∼1617). 1598년 7월 21일 그의 일기에는 명나라의 지휘관 유정(劉綎) 부대를 둘러보고 왔던 종의 눈에 비친 신기한 구경거리가 기록돼 있다.

 “유정의 군진으로부터 돌아왔는데 초원(楚猿·원숭이)과 낙타가 있다고 했다. 원숭이는 능히 적진으로 돌진할 수 있고, 낙타는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손기양은 일기를 간단히 남긴 편이었는데 전쟁의 참혹한 전투 상황만큼 시선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원숭이와 낙타였다. 임진왜란 당시의 실기(實記)를 통해 원숭이 기병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임진왜란을 가장 자세하게 서술했다고 평가받는 조경남(趙慶男·1570∼1641)의 ‘난중잡록(亂中雜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조경남이 직접 명나라 부대를 확인한 후 말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원숭이 기동대의 존재를 묘사한 것이다. 그의 기록은 택리지의 설명과 거의 완벽하게 부합한다.

 “군사 가운데 초원 4마리가 있어 말을 타고 다루는 솜씨가 사람과 같았다. 몸뚱이는 큰 고양이를 닮았다.”

○ 그림 속에 등장한 원숭이 병사들

 그림을 통해서도 원숭이 부대의 실체가 확인됐다. 경북 안동의 풍산김씨 문중에 전해오는 ‘세전서화첩(世傳書(화,획)帖)’. 32점의 그림과 문헌 등으로 구성된 이 화첩 가운데 1599년 2월 명나라의 14만 대군이 본국으로 철군하는 장면을 그린 ‘천조장사전별도(天朝將士餞別圖)’가 있다. 이 그림의 왼쪽 하단에는 ‘원병삼백(猿兵三百)’이란 깃발 아래서 유인원(類人猿) 열 마리가 칼을 들고 행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원숭이 병사 300명이란 의미다. 안 교수는 “서구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전투가 임진왜란 당시 한반도에서 펼쳐졌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원숭이 부대의 활약을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