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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 앉은 南-北-美, ‘행동하는 평화’ 만들어내야

한 자리 앉은 南-北-美, ‘행동하는 평화’ 만들어내야

Posted February. 10, 2018 09:02,   

Updated February. 10, 20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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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에 앞서 주최한 리셉션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펜스 부통령은 김영남과 어색한 악수 외엔 눈길도 주지 않으며 애써 외면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엔)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 자리에 있기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며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세계의 평화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급 인사 간 거북한 만남은 한반도의 불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한 자리에 앉았지만 날카롭게 대결하는 두 나라다. 북한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핵미사일을 과시하며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한 최대의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당장 접점은 보이지 않는 둘 사이에 문 대통령이 끼어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서도 “평창 이후 찾아올 봄을 고대한다”며 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기대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어제 낮 인천공항에 도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영접을 받았다. 관심의 초점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이 아닌 이른바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었다. 90세 김영남으로부터 조 장관 맞은 편 상석을 권유받을 정도로 권력의 크기가 남달랐다. 문 대통령은 오늘 김영남 일행을 접견하고 오찬도 함께한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특사로서 모종의 메시지도 전달할 것이다. 외신에선 김여정이 문 대통령을 8.15 광복절에 맞춰 평양에 초대해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남북 간 훈풍과 달리 미국은 여전히 싸늘하다. 개막식 참석에 앞서 펜스 부통령은 평택 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북한 도발로 폭침된 천안함을 둘러보고 탈북자들과 만나 북한의 인권유린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 엿새 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의 부친도 동행했다. 펜스 부통령은 “전 세계가 북한의 매력 공세를 보겠지만, 북한은 자국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주리게 하는 정권이라는 진실이 전해져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위장 평화공세와 한미동맹 이간질에 놀아나선 안 된다는 주문이다.

 남과 북 선수단은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개막 행사의 주제도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였다. 오늘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도 열린다. 하지만 북-미 간 해빙 없이 남북의 연결과 소통만으로 한반도 평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남북한과 미국을 한 자리에 앉게 만든 평창 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놓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태도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